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

작성자 : 맘스코리아 (moms@momskorea.com)

   

  P는 가족 관계로 얘기하자면, 누군가의 아내이며 두 자녀의 엄마이고, 딸이자 며느리이다. 사회적으로 그는 직원이 서른 가까이 되는 회사의 대표이고 박사 과정에서 치열하게 학업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성공적인 삶을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은 위치에 있는 여성이다.


   갑자기 왜 P의 이야기를 해대느냐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힘들고 괴롭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다’고 말한 놀라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자녀와 소통이 잘 안 되면, 반항하는 자녀의 문제로 여기고 문제아를 만드는 부모가 다수이다. P의 경우,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부터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고, 제대로 부모 노릇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드문 사례였다. 


   P의 자녀들은 내노라 할 만큼 성적이 우수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일명 엄친아들이었다. P가 자녀들에 대한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대부분은 은근한 자랑 질로 여길 정도로 자녀들의 성취는 대단한 것이었다. 때문에 자녀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P의 고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P는 남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심각하게 고민했을까? P는 주로 기사를 쓰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전달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잘 전달하는 사람이 자녀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니 그리고 그것을 자각하고 소통을 위해 자신을 더 알고 싶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적어도 상담을 하는 내게는 보기 드문 만남이었던 것이다.


   P는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정서적인 교감을 잘 못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 능력은 개인과 사회에 유익하기 어렵고, 능력 자체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P에게는 자녀와의 원활한 소통이 부모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남의 자식 이야기일 때는 당연한 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막상 내 자녀와 나의 문제가 되고 보면, 성취라는 것에 취해서 소통의 문제나 자녀의 정서적 취약점 같은 문제는 놓치기 십상이다. 이런 고민을 P와 함께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 가족 전체의 심리평가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P의 고민이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P는 부모 특히 엄마로부터 칭찬이라고는 거의 받지 못하고 성장했던 외로운 성장기와 도망치듯 선택한 결혼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작은 성취에 일비일희 하지 않고 자녀를 믿고 기다린 P였지만 자신 역시 자녀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엄마의 옳은 얘기에 자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지 못했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힘든 것은 속으로 억누르며 성취하는 것으로 인정받으려고 발버둥을 쳐왔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내가 아는 이 사람 P 덕분에  ‘나도 부모는 처음입니다’가 시작되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이런 처음을 거쳐 나름 부모스러워진다. 이 코너를 통해, 자녀를 양육하면서 불안해할 많은 이들을 위해서 다양한 상담 사례를 들어 인지심리학자적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김지애 소장
대구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부속 WIN 학습 클리닉센터 소장이며, 실험 및 인지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장에서 심리 상담을 하고 있으며, 글 이해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인지심리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