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아니고 똥푸

차영아 지음 / 한지선 그림/ 문학동네

작성자 : 맘스코리아 (moms@momskorea.co.kr)

언젠가 모임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요. 고민 끝에 저의 답은 이랬어요.

“내가 살아보니 인생은 살아볼 만하더라.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고, 근사한 일도 많아. 앞으로의 시간과 네 자신을 믿어 보렴.”

대책 없이 긍정적이라고 비판을 받을지언정 아직 변함 없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될수록 힘든 일투성이인데 무슨 소리냐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엔 그 시간이 남긴 깊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의 밤과 새벽까지도 끌어안게 됐답니다. 그런데 저보다 더 하염없이 낙관적인 작가를 찾았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동화 작가들이 그러합니다.)

작가가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따뜻한지, 이런 마음을 지닌 작가가 어린이 책을 쓴다니, 정말 든든하고 고마웠어요.

제 17회 문학 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인 <쿵푸 아니고 똥푸>는 웃음이 나지만 따뜻하고 여운이 남는 저학년 단편동화집입니다. 그림책만 읽던 일곱 살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 끝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들었어요. 사실은 어른들도 읽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얼굴이 까만 탄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똥을 쌉니다. 상심에 빠진 탄이에게 힘이 된 건 변기에서 나온 똥푸맨이었지요. 세상 모든 히어로 중 가장 어린이들의 취향저격인 똥푸맨, 각종 무예와 변신술에 도통한 똥푸맨은 어마어마한 삶의 진리를 전수해 줍니다.

얼굴이 하얗건, 검건, 노랗건 그들이 누는 똥은 모두 다 같은 똥색이라고요. 탄이의 마음을 이렇게 유쾌하게 어루만지던 작가는 두 번째 단편 <오! 미지의 택배>에서 눈물샘을 건드려요. 아홉 살 미지는 어느 날 택배를 받습니다. 천국에 30분 머무를 수 있는 ‘은나노극세사인공지능하이브리드드론운동화’였지요. 이 요상한 운동화를 신자마자 미지는 하늘나라에 간 반려견 봉자와 만나게 됩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낸 미지에게 봉자가 당부하죠. 내가 벚꽃으로 다시 태어날지도 모르니 새로 핀 벚꽃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요. 유모차에서 울고 있는 아기에게도, 빗방울에게도요. 미지는 눈물로 약속하며 봉자와 헤어집니다. 아이들은 약속을 하면 철떡 같이 지키는 존재죠. 미지 역시 처음 보는 벚꽃에게 약속대로 사랑한다고 속삭여요. 그런 미지의 모습이 기특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세상만물 모두 사랑할 것 투성이였지요. 당신은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며 사냐는 작가의 질문에 저는 가슴이 먹먹했어요.

마지막 단편 <라면 한 줄>에서는 ‘라면 한 줄’이라고 불리는 시궁쥐의 모험담을 담았습니다. 진정한 힘과 용기란 무엇인지 잘 그려낸 이야기예요. 과시하거나 제압하지 않고 따뜻한 연대로 어려움을 이겨낸 ‘라면 한 줄’은 ‘진짜 완전 엄청 대단한 라면 한 줄’로 불리게 되었지요. 사랑이 항상 이긴다는 걸, 한낱 하수구의 시궁쥐도 알고 있는데 우린 왜 가끔 잊고 살까요.


남온유 동화작가. 방송작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TV와 라디오에서 글을 썼습니다. 26회 한국PD대상 라디오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동안 다수의 방송 칼럼을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 책을 공부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 어린이들이 날마다 신나고, 더 많이 감탄하며,생각하는 힘이 세지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답니다.그동안 쓴 책으로는 그림책 <내가 해 줄까?>, <코오코오>, <급해 급해 멧돼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