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one. 일]

글과그림: 캐드린 오토시, 이향순 옮김, 출판사: 북뱅크

작성자 : 맘스코리아 (moms@momskorea.co.kr)

 

부당한 일을 마주쳤을 때, 화내지 않고도 단단한 목소리로 ‘안 돼.’라고 말하는 일.

아직 어른인 저도 잘 하지 못합니다. 매번 멍해지고, 예외 없이 가슴이 뛰며, 목소리까지 떨려오지만 그동안 습득한 사회적인 표정으로 속내를 숨기기 바빴달까요. 당장의 전투가 싫으니 하는 수 없이 꾹 참거나 기껏해야 도망가는 게 편했음을 고백합니다. 엄마도 이렇게 평생을 거쳐 연습 중인데 대 여섯 살 아이라고 쉬울 리가 있을까요.

언젠가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울먹거리며 뱉어내는 말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 엄마. 나 00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어.

- 난 잘못한 게 없는데 00가 나보고 ‘꺼져버려’, ‘사라져’라고 했어.

이후로도 아이는 한동안 악몽까지 꿔 가며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분명한 건 또래라고 하기에는 거친 언어로 누군가 아이의 마음에 지속적인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는 겁니다. 혹시 우리 아이의 잘못은 아닐까 알아보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전학생이었던 아이에게 어떤 친구가 텃세 비슷한 심술을 부린 모양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에게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진지하게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갈등을 마주하는 힘이 생길 때까지(아마도 엄마처럼 평생을 연습해야 하겠지만) 불편한 내 마음을 말 할 수 있게 반복, 또 반복하는 훈련을요. 아이의 감정에 언제까지나 부모가 개입 할 수 없으니까요. 당시 도움이 되었던 책이 캐드린 오토시의 <one. 1>입니다.

친구들의 괴롭힘에 대응하는 일에 대하여 이토록 명쾌하고 다정하게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요? 책은 더없이 단순한 내용이지만 4, 5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누구든 꼭 한 번은 봤으면 해요. 군더더기 없는 원색이 화려한 그림을 대신하지만, 각각의 색깔과 숫자의 디자인이 얼마나 특별하게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특히, 불같이 화를 내는 빨강 앞을 모든 색깔이 함께 막아서며 <빨강, 그만둬!>라고 외치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친구의 아픔에 침묵해서 안 된다는 것도, 모두가 함께 내는 목소리는 힘이 세다는 것도 동시에 담겨 있는 장면이거든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립될 뻔한 빨강을 끝까지 껴안아주는 파랑의 큰마음도 놀랍습니다.

연습 덕분인지 올해 7세가 된 아이는 자신에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제법 스스로를 보호하는 말을 할 줄 알게 됐답니다. 물론 제일 많이 써 먹는 대상이 엄마라는 게 함정이지만요.

 

 


남온유 동화작가. 방송작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TV와 라디오에서 글을 썼습니다. 26회 한국PD대상 라디오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동안 다수의 방송 칼럼을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 책을 공부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 어린이들이 날마다 신나고, 더 많이 감탄하며,생각하는 힘이 세지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답니다.그동안 쓴 책으로는 그림책 <내가 해 줄까?>, <코오코오>, <급해 급해 멧돼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