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품있는 마리아] 열일곱 살 엄마의 보석 같은 발걸음

맘스코리아

작성자 : 맘스코리아 (atatop@naver.com)

 

콜롬비아는 노벨문학상 수상작백 년 동안의 고독의 저자인 G.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낳은 남미 문화. 학술의 대표국가인 동시에 세계최대의 마약생산국이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험한 지형을 바탕으로 재배되어 공급됨으로 파생되는 정경유착과 부패의 고리는 마약왕 에스코르바를 사살하는 등 수 차례의 마약전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고 있으니 콜롬비아에서 부자가 되는 길이란, 축구를 하거나 신부가 되거나 마약에 손을 대는 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이렇듯 끊을 수 없는 절대빈곤의 절망적 환경에서 힘겨운 하루를 사는 소녀 마리아. 화훼농장의 저임금과 부당대우를 감내해야 하고 애인이라는 녀석은 자신을 사랑하는 지조차 모호하다. 할머니와 어머니와 언니는 마리아에게 생계를 떠맡긴 채 하루를 소일한다. 어디를 봐도 안주할 만한 공간은 없다. 설사가상으로 마음과 육체가 모두 피곤한 소녀에게 아이가 생긴다. 이제 열일곱 꽃다운 마리아는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며 그녀의 아기는 무사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까? 영화 <기품 있는 마리아>의 시작이다.

 

 

 

<기품 있는 마리아>는 건조하지만 실감나게 한 소녀의 행적을 쫓는 영화다. <무방비 도시>로 제 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얻은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리얼리즘에 대해 말하기를 조사와 기록으로 시작하라. 그런 다음 극적 모티브로 나아가라. 다만, 사물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그 유기적 일체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라고 했다. (그의 주장에서 방점은 극적 모티브에 찍혀야 맞다) <기품 있는 마리아>는 로셀리니가 주장한 리얼리즘 기법을 그대로 계승한다.

영화는 장미 화훼농장서 일하던 마리아가 마약운반이라는 엄청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상황의 해설을 전반부로 하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후반부로 나누면서 그녀가 넓은 세상에서 눈뜨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음을 담담하게 그린다. 마약운반에 가담한 건,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족의 무능함과 절대빈곤과 부패로 얼룩진 조국에서 태어날 뱃속의 아이를 생각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마리아의 감정선과 행동을 추적하는 카메라는 앞과 뒤를 번갈아가면서 쉼 없이 따라간다. 콜롬비아에서 뉴욕으로, 버스에서 오토바이를 거쳐 비행기에서 다시 택시로 옮겨지는 그녀의 이동수단은 차츰 나아지는 환경이거나 삶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와 불확실한 미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도 전혀 위축됨 없이 변함없는 행동과 표정으로 일관하던 마리아를 지탱하는 힘은 뱃속에서 자라나는 아이였다. 뱃속의 아기는 마리아의 삶과 직결되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끌어가며 선형성(線形性)을 이루는 중심축으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위험한 상황임에도 산부인과를 찾아 아기를 관찰하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 펼쳐진 미래가 어둡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그녀를 지탱해온 힘의 원류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삶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마리아를 철없던 소녀에서 여자로, 기품 있는 어머니로 변화시킨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친구 블랑카를 보내고 출국수속대를 뒤로한 채 자신감으로 충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걷던 마리아의 모습은, 자신이 온몸으로 운반한 마약이 미국인들을 지배하리라는 우월감의 표출이었을까.

 

마약운반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영화를 끝에 이르면 마리아의 행위를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열일곱 임산부에게, 소녀에게 돌 던질 사람 누가 있을까. 남편이 남긴 빚더미에 앉은 미망인 그레이스에게 대마재배를 권하고 동조하며 격려해주던 <! 그레이스>의 이웃을 보면서 우리가 행복한 교훈을 얻었다면, 마리아의 발걸음에도 힘을 실어줘야 마땅하다.

마리아와 아기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게 될 것이다. 라스트 신에서 보여주던 마리아의 미소가 성모마리아의 기품 있는 미소와 다르지 않기에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리아와 그녀의 아기를 위하여! Que la fuerza lo acompane.

 


 

백정우 영화평론가

한국능률협회 특임교수이며 영화무크지 「영화로운대구」 편집주간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고전영화 보는 모임 ‘키노클럽’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