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통한 밀의 이동, 그리고 만두의 재발견

만두 로드 Mandu Road, 그 유래를 찾아서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 에디터 (hkad1770@chol.com)

곡물을 알곡 상태로 조리한 음식을 입식이라 하고, 곡물을 빻아 가루를 내고 반죽을 하는 과정을 거쳐 조리한 음식을 분식이라 한다. 입식은 벼-쌀 문화권, 분식은 밀-밀가루 문화권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국수와 만두 같은 밀가루 음식들은 밀의 재배가 용이한 북반구에서 주로 발달했다. 밀가루 음식의 탄생지에 대한 주장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메소포타미아 즉, 오늘날의 시리아, 이라크 등을 포함하는 서아시아 지역을 만두의 발상지로 보는 주장에 의하면 아시리아인과 수메르인에 의해 만들어진 밀가루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을 빵으로 규정하고, 이 빵의 반죽에 고기로 속을 넣고 작은 경단 모양으로 빚은 ‘푀헬겐’을 만두의 기원으로 본다. 푀헬겐의 조리법을 보면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 위에 다진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밀가루 피를 올리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라자냐의 조리법과 매우 흡사하다.

터키와 아프가니스탄까지 아우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밀은 동쪽으로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로, 서쪽으로는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밀의 전파는 실크로드와 일치하고, 이는 누들 로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밀과는 다르게 국수의 전파가 실크로드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증거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하기에 여러 학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친근한 만두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같은 것은 ‘삼국지’ 때문이다. ‘삼국지’를 읽은 이들은 한결같이 만두의 유래를 제갈량과 연결한다.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라는 강을 건너려던 참에 심한 풍랑을 만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신이 노한 것으로 사람의 머리를 바쳐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얘기에 살인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묘책이 있었으니, 돼지고기를 밀가루 반죽에 싸서 사람 머리처럼 만들어 눈속임으로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진수의 ‘삼국지’가 역사서인 반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소설로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허구는 아니고 ‘삼국지연의’보다 200년 앞선 송나라 시절 ‘사물기원’에 실린 이야기를 제갈량과 엮어 끼워 넣은 것이다. 만두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로 교자의 유래에 관한 것이 있다. 사람 머리 모양의 만두는 샤오롱바오와 같이 피를 동그랗게 오므린 포자만두의 형태이고, 교자만두는 반달 모양으로 빚은 것으로 한나라의 의사 장중경이 추운 겨울 동상에 걸려 귀가 떨어져 나간 백성들을 위해 뜨거운 국물에 귀 모양의 만두를 빚어 함께 나누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에서 만두는 복을 싸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유래에서부터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바탕이 된 음식인 것이다.

 

만두의 유래에 대한 또 다른 학설도 매우 흥미롭다. 빵이 최초의 밀가루 가공 음식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두 번째로 탄생한 음식으로 국수가 아닌 만두를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만두는 몽골족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의 휴대용 인스턴트 음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어원 등의 근거를 들어 국수보다 만두가 더 먼저 발생한 음식이라 주장한다. 밀가루를 반죽해 발효 혹은 숙성시켜 작게 빚어 보관하다가 물에 넣고 끓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한 휴대용 인스턴트 음식이 된다. 고기나 채소로 속을 채워 넣어도 좋다. 유목민들이 생활하는 춥고 건조한 기후에서 만두의 보관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빵이나 국수보다 익히는 것이 한결 간편할 수 있다. 오늘날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동네 슈퍼의 냉동고에까지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는 인스턴트 만두를 생각할 때 이 주장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다.

 

실크로드는 밀의 로드이고, 국수와 만두의 로드이다. 마르코 폴로에 의해 중국의 국수가 이탈리아로 처음 전해진 것인지, 이탈리아에도 있던 또 다른 형태의 국수인 파스타가 중국의 국수와 교류하게 된 것인지는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만두와 국수가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되었건 여러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했던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이름만 보더라도 만두, 만티, 만투, 만터우, 문투 등으로 비슷하며 여러 사람이 모이는 기쁘고 즐거운 잔칫날이나 명절에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점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공통적인 만두의 특징은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소통한 만두 로드의 증거이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 세계 여러 나라의 만두를 살펴보며 거대하게 뻗어나간 만두 로드의 규모와 영향력을 새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