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숨에 묻어오는 치열한 호흡

젠더의 의미를 지닌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서의 제주 해녀 문화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에디터 (hkad1770@chol.com)

 

산소통 하나 없이 오로지 테왁에 몸을 의지한 채 칼날 같은 바다에 맨몸을 투척하는 제주 해녀. 그녀들의 문화는 어머니에서 딸,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전승되어 왔다.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비소리를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다. 거친 노동을 하면서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들만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눈물도 기쁨도 함께하는 그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끈끈한 인간적 유대를 가진 공동체를 형성하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쌓아왔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제주의 딸들에게 해녀의 삶은 숙명이었다. 고무 잠수복도 없던 시절 무명천으로 만둔 물 적삼 하나 걸치고 한겨울에도 물질을 했다. 일고여덟 살이면 테왁을 들고 바다로 나가 어머니로부터 자맥질을 배우며 그때부터 침착함과 담대함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질은 고단한 일이다. 그녀들의 도전정신, 공존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 생태 친화적 감상으로 바다와 만나 그 생명력을 공감하는 경이로운 강인함으로 무장한 제주 해녀문화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녔다. 또한 여성성의 회복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도 통한다(2016년 12월 1일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제주 해녀를 ‘잠녀’라 불렀다. 시대를 앞선 그녀들의 강인함과 용기는 일본인들의 부당한 수탈에 저항하며 나서게 했던 해녀 정신으로 표현된다. 제주 바다에는 새끼 입에 들어갈 음식을 위한 절박한 사랑과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에 목숨 걸던 거룩한 정신이 함께 흐르고 있다. 타고난 초자연적 능력이 아니다. 해마다 해녀는 줄어들고 바다 밑은 황폐해지고 있지만 그녀들의 거룩한 정신은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마땅하다. 오랜 세월 소금기를 머금고 단련된 억세고 처절한 여성성, 모성의 상징이며 균형 잡힌 공동체 문화의 소산으로 우리를 채워줄 생명력 넘치는 호흡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