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모순과 해학의 형상화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에디터 (hkad1770@chol.com )

사람의 생김을 본 떠 만든 탈은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탈놀이에 쓰이는 탈은 극 중 역할이 있을 것이고, 극에 쓰이는 탈이 아니라 할지라도 존재 목적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즉, 모든 탈은 무언가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그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인물을 그 모습 그대로 사실적이고 긍정적으로 형상화해 놓고 극중 행동이나 대사를 통해 인물의 비정상적이고 가식적인 면모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식이 그 첫 번째이다. 반듯한 우리나라 하회 양반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두 번째 방식은 인물의 부정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풍자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으로 조선 후기 이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형상화 양식이다. 모순과 해학의 방식으로 시대상을 풍자적이고 심미적으로 표상한 전통 탈은 조형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정체성을 숨기다, Anonymous

탈은 기존의 정체성을 가리면서 탈이 상징하는 것으로 탈을 쓴 사람의 정체성을 변화시킨다. 탈을 씀으로 해서 얻은 새로운 정체성은 탈을 쓰고 있는 동안 유지되지만 벗는 순간 원래의 상태로 회귀한다. 탈을 쓰는 과정은 곧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과정이며,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탈을 쓰는 행위로 말미암아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사회 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것은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의 도구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저항의식은 탈로부터 부여받은 익명성에 의존한다. 얼굴을 가림으로써 익명의 상태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터넷 해킹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다는 익명의 해커 집단의 이름이 익명 그 자체, 어나니머스(Anonymous)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로고이자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만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 자신을 브이(V)라고 칭하는 무정부주의자 가이 포크스의 가면이다. 이 가면은 오늘날 저항자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감추는 만큼 드러내다, Personality of Persona

인간은 주류 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자신의 본성과 욕망을 억압하고 그것이 요구하는 정체성 혹은 인격이라는 ‘내면의 탈’을 쓴다. 그래서 물리적인 탈을 씀과 동시에 내면의 탈(애초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을 벗고 억압된 욕망과 본능을 표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격체’, ‘인격’을 의미하는 ‘person’ 혹은 ‘personality’가 가면을 의미하는 또 다른 용어인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기인함은 이러한 내면의 탈을 연상시킨다. 즉 사람들이 본성과 욕망을 억압하고 일상에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착용하는 내면의 탈이 바로 인격이라는 것이다. 탈은 숨김과 드러냄의 표현기법을 동시에 가진다. 이것은 라캉(Jacques Lacan,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적 주체의 분열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탈이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거짓된 자기(false self)’로서의 에고(ego)이며, 탈이 감추고 있는 것은 무의식적 주체로 해석하는 것이다. 탈은 착용자의 기존 정체성을 감추려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통해 무언가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곧 감추는 만큼 드러내는 가면의 이성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