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여성 도착하다, 인형이 아니다

입센의 ‘인형의 집’ 이후의 신여성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에디터 (hkad1770@chol.com)

 

”저는 떳떳한 인간이에요. 세상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 독립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러니 더는 당신 곁에 있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말하고 노라는 남편 곁은 떠난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인형의 집 Et dukkehjem」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입센의 대표작임은 물론이고 현대 여성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페미니즘 운동의 서막을 알린 작품으로 문학사에 기록되고 있으며, 이를 인정받아 입센의 육필 원고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입센은 ‘인형의 집’을 통해 남성중심의 19세기 가부장 사회를 맘먹고 비판하고 있다. 노래하는 종달새, 귀엽고 작은 다람쥐, 귀여운 낭비자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고 저축하고 자신을 치장하던 주인공 노라는 그 시대 전통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런 노라가 8년간의 결혼 생활의 허무를 절감하고 내면의 정체성을 발견하여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당당한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파격이었다.

 

가정,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수행되던 여성의 무급 노동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남성의 노동이 일터(주로 공적인 공간)에서 행해지는 유급 노동으로 여겨지는 데 반해 여성의 노동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이분법적 공간 분리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보인다. 입센의 ‘인형의 집’ 이후로 전통적인 여성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신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공적 공간은 여성이 진입해야 할 ‘이상적 공간’이며 사적 공간은 여성이 탈출해야 할 ‘억압적 공간’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공간으로 간주된 영역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이례적이거나 이상한 것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스텝포드의 와이프The Stepford Wives, 2004, 프랭크 오즈」에는 노예처럼 행동하고, 강박적으로 청소와 부엌일을 하며 자신을 가꾸는 스텝포드의 아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상적인 여성상이 아니며 순종하도록 다듬어진 로봇에 불과하다. 영화는 남성으로서의 결핍을 갈비뼈의 원주인이라는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욕망으로 풀고자 하는 어리석음, 사랑받는 아내로서의 삶에 대한 그릇된 환상의 결말을 보여주며 남성성과 여성성을 횡단한다.

 

글자를 깨우치기는커녕 끼니를 때우기도 어렵던 가난한 시절의 우리나라에도 신여성이라 불릴 만한 여성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여류화가로 불리는 나혜석, 그녀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남녀 간에는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낯설지 않고 여전히 유효한 나혜석의 자문을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