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헤게모니적 젠더, 젠더 이데올로기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에디터 (hkad1770@chol.com)

 

우리의 일상에서 젠더를 구분하는 표시가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화장실 안내판을 마주할 때 정도가 아닐까. 과도한 젠더 구분은 오히려 불편하고 부당하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하물며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에게 마저도 젠더를 부여하고 인간이 인식하는 성별에 따른 역할을 강요해야할 일인가 말이다. 가장 쉽고 가까운 예로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등은 모두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를 여성으로 묘사하는 것은 지극히 젠더적인 발상이다.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했으며 지금도 수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년, 리들리 스콧」에는 남성형 AI와 여성형 AI의 구분이 매우 뚜렷하다. 인공지능도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에 젠더가 부여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운영한 테이Tay라는 트위터봇이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해 운영이 중지된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누적된 데이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인식의 문제다.

 

젠더는 영구적이거나 고정된 성 정체성이 아닌 그 차이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산물임을 전제로 한다. 즉 젠더란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시간적, 공간적 상황에 따라 형성되고 해체되는 행위인 것이다. 공감하기 쉬운 예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타나는 젠더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남녀노소를 불문한 글로벌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디즈니의 입장에서는 동시대 지구촌 관객이 공유하는 지배적인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백설 공주(1937)에서 백설 공주는 백마 탄 왕자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순종형 캐릭터였지만 신데렐라(1950)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1959)를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주체적인 성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는 오랜 세월 암묵적인 동의를 받아오던 가부장적 의식이 동시대 문화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며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성의 지위 향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1990년대를 거쳐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보이는 인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여전히 우리는 개선되어야할 불합리한 젠더적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불합리한 젠더적 고정관념이나 페미니즘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이론이 아니다. 젠더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속에서 평등을 실현하려는 것이기에 이 시대 고개 숙인 아버지, 외로운 아버지로 대변되는 남성들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세대 간의 차이와 젠더리스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긍정적 사회 작용으로 건강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해야 할 것이며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