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초콜릿 #02

작성자 : 한국애드 서순정 에디터 (hkad1770@chol.com)

멕시코

카카오의 고향에서 즐기는 몰레Mole

‘몰레’는 우리네 장류에 견줄 수 있는 멕시코 최고의 클래식 소스이면서 멕시코 사람들조차 정의내리기 어렵다는 복잡 미묘한 소스이다. 그만큼 수많은 오해를 낳기도 하는데 초콜릿이 그 중심에 있다. 몰레의 주재료가 초콜릿이라는 것은 오해이며 칠리는 기본적으로 항상 듬뿍 들어간다. 여기에 각종 씨앗과 견과류, 건포도, 올스파이스, 시나몬 등 20가지가 넘는 부재료를 넣고 육수에 자작하게 졸여 완성하는데 짙은 갈색의 몰레 포블라노mole poblano는 가금류와 초록색의 몰레베르데mole verde는 돼지고기와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몰레의 주인공인 칠리의 매운맛이지만 여기에 다크 초콜릿의 향과 맛이 어우러지면 더욱 스모키한 깊은 맛을 지니게 된다. 초콜릿과 칠리, 그리고 육류에 이르기까지 이 생소한 조합은 한번 맛보게 되면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함과 중독성을 지녔다. 이 조합은 전 세계 쇼콜라티에chocolatier들에게 영감을 주어 다양하게 응용되기도 한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칠리의 매운맛의 대조적이면서 인상적인 조화, 그 오리지널리티는 카카오의 고향 멕시코에 있다.

 

 

 

태국, 방콕 카오산 로드Khaosan Road

백패커의 낭만을 담은 로티Roti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를 여행할 때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식으로 로티가 있다. 백패커의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 400m 가량 이어지는 좁은 도로의 상점이 내건 들쭉날쭉 복잡한 간판 아래 빼곡하게 들어선 노점상에서 두어 집 건너 하나씩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로티를 굽는 풍경이다. 프랑스의 크레이프보다 반죽을 쫄깃하게 만 들 어 더 얇게 펴고 그 안에 과일 등을 넣어 연유와 초콜릿 시럽을 가득 뿌려 먹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 이미 달고, 달고, 달고, 달고도 달다. 그러나 지나친 달콤함이 오묘하게 매력적이다. 이토록 과한 조합, 물음표 투성이 이 조합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먹게 되는 희한한 음식이다. 로티의 매력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것은 역시 초콜릿이다. 악마의 잼이라 불리는 초콜릿은 연유와 어우러져 극도의 달콤함으로 무장했음에도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간식이 되었다.

 

사회경제적 계급,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대중성 예술로서의 초콜릿

초콜릿을 소재 혹은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은 생각보다 많다. 초콜릿의 경계 없는 인기 덕분에 대중적이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 생일에나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가난한 소년 찰리의 손에 쥐어진 윌리 웡카의 골든 티켓은 나이와 세대를 막론한 우리 모두를 흥분시킨다. 1964년에 출간된 로알드 달 Roald Dahl의 환상적인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카카오와 초콜릿의 고향 멕시코를 무대로 1년 열두 달, 열두 가지 레시피로 엮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작가 라우라 에스퀴벨Laura Esquivel의 관능적이고 정열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문체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설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없는 매력을 지닌 초콜릿을 그대로 닮은 이야기이다. 줄리엣 비노쉬와 주디 덴치의 더블 샷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초콜릿(라세 할스트롬, 2000)’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방인 비안느가 만드는 초콜릿은 이상한 마력으로 조용하고 보수적인 작은 마을을 사로잡는다. 치유와 사랑의 매개로 등장하는 초콜릿은 영상으로도 유혹적인 향을 풍긴다. 또한 브라질 출신의 화가 비크 무니스Vik Muniz는 초콜릿을 재료로 기존 이미지와 미술작품을 재창조한다. 잭슨 폴록이 그림을 그리는 사진을 바탕으로 초콜릿 시럽으로 그린 그림은 신선하고 재밌다. 사회경제적 계급에 관계없이 누릴수 있는 예술로서의 초콜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