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꽃 안 펴?

카타리나 마쿠로바 글 그림/ 어썸키즈

작성자 : 맘스코리아 (atatop@naver.com)

 

 

꽤 도발적인 제목입니다. 꽃도 아닌 내가 뭔가 뜨끔하기도 하고, ‘아니 꽃이라고 다 펴야 하나? 제목부터 이렇게 차이를 두 면 안 되는 거잖아!’ 발끈하는 마음도 들었다가, 대놓고 천진하게 묻는 아기곰을 보니 ‘정말 너는 궁금한 거였구나’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기곰의 집에는 장미 정원이 있습니다.

저마다 빨간 장미꽃이 피었지만 초록 풀 하나만 어쩐지 소식이 없어요. 아기곰은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 때마다 물을 주는 건 기본이고, 햇살이 뜨거운 날에는 양산을 씌워 그늘도 마련하고요, 떨어진 잎도 부지런하게 쓸고, 맛있는 차도 조르륵 뿌려보고, 밤에는 잘 자라고 자신의 애착 인형까지 가져다 둡니다. 무심하게도 초록 풀은 위로만 자랄 뿐, 꽃을 피울 생각 따위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아기곰이 마음을 쏟아붓는 동안, 땅속에서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초록 풀은 바로 당근이었습니다! 아기곰이 가꾸면 가꿀수록 당근은 쑥쑥 자라서, 땅속 토끼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됩니다. 둘이었던 토끼가 넷이 되고, 다시 우르르 무리가 되면서 지하 세계에서는 한바탕 당근 만찬이 벌어지죠.

지극정성을 먹고 자란 당근이 얼마나 알차게 여물었겠어요? 토끼 일당은 먹다가 먹다가 그만 지쳐버리죠. 바닥까지 늘어진 불룩한 배와, 반쯤 눈이 감겨서 지친 장면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지친 존재는 토끼뿐만이 아니예요. 아기곰도 꽃을 기다리느라 지쳤거든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직접 알아보기로 한 아기곰! 급기야 땅을 파다가 알게 됩니다. 땅 밑에서 예쁜 당근 꽃이 활짝 핀 사실을요. 토끼들이 갉아먹은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꽃 모양이 된 당근을, 아기곰은 다시 정성을 다해 가꿉니다.

이 책은 우리 집 꼬맹이가 도서관에서 직접 고른 책입니다. 다 읽고 나서 “정말 재미있다, 아! 귀여워!”라며 꼭 안더군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엄마인 저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림책은 그래서 0세부터 99세까지 읽는 장르인가봅니다.)

설령 내가 사랑을 퍼부은 대상이 꽃이 아니더라도, 생면부지의 토끼들이 한때 행복했으니 사랑은 어디서든 좋은 결실을 본다는 것.

지금 당장 내가 바라는 꽃이 피지 않아도, 분명 어딘가에서 나의 시간과 연결되어 다른 형태의 꽃으로 활짝 필 거라는 것을요.

 


남온유 동화작가. 방송작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TV와 라디오에서 글을 썼습니다. 26회 한국PD대상 라디오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동안 다수의 방송 칼럼을 썼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 책을 공부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 어린이들이 날마다 신나고, 더 많이 감탄하며,생각하는 힘이 세지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답니다.그동안 쓴 책으로는 그림책 <내가 해 줄까?>, <코오코오>, <급해 급해 멧돼지>가 있습니다